귀촌 6년차 아재의 귀촌 팁
귀촌 쉽게 생각하지 말자
어느덧 귀촌한지 6년이 되었지만 난 여전히 농사는 엄두도 못 낸다. 몸 쓰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게으른 천성이 농촌에 온다고 바뀔 리 없다. 하지만 나름의 노력(?)으로 멘붕에 가깝던 귀촌 초기에 비하면 적응도 잘 하고 있고 먹고사니즘도 어느 정도 극복하여 이렇게 살아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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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골에 왔을 때는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 한동안 힘들었다 |
그렇게 나쁜 점을 나열한 다음 자신의 귀농에 대한 판타지에 의문을 제기할 때 쯤 내가 귀촌을 통해 느끼는 좋은 점들을 이야기 해준다. 시골에 살면서 얻는 혜택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우선 여유롭다. 내가 시간이 많아져서 생기는 여유로움 보다는 커뮤니티 자체가 가진 여유로움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직장에서도 일이 많고 집에서도 뭔가 번잡하다. 사람들은 뭐든 빨리 빨리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평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한국사람 특성이 어디 가겠냐만은 그래도 도시 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즐길 줄 안다.
마트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도시 보다 길다. 노인들이 많아서 계산이 느리기 때문이다. 뭘 하나 주문하면 늦게 나오는 집들이 간혹 있다. 주방장이 할머니인 경우는 감수해야 한다. 차들도 도시에 비하면 느리게 다닌다. 그렇다고 빵빵 거리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다. 느리면 비켜가거나 천천히 따라갈 일이다.
시골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다. 이건 서비스 정신 가득한 친절함과는 다른 종류의 친절함이다. 사실 시골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 기준으로 봤을 때 훨씬 불친절 하다. 가게에 들어가면 주인장이 인사 할 줄 도 모르고 쌀쌀 맞게 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거에 불편해 하면 시골에선 살기 힘들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된 친절함이 시골에선 오히려 어색한 일이다.
나도 처음 내가 사는 동네에 이사 갔을 때 적응하기 무척 어려웠다.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 주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귀농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열심히 인사하고 웃는 얼굴로 대했더니 어느 시점인가 날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는 경험을 했다. 뜬금 없이 가져다주는 채소는 예사다. 잡에 잔치가 있으면 반드시 맛난 음식을 가져다주고 김장철이 되면 김치를 나눠준다. 도시에서는 늘 모자라던 김치가 여기서는 늘 끊이질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그들이 내게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오가는 길에 차를 태워드린다거나, 컴퓨터가 잘 안되면 봐드린 다거나, 스마트 폰을 쓰는 일을 도와드린다거나 정도다. 돈을 더 들이지도 않고 품을 더 팔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하는 일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내가 아는 것들을 공유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마트 가는 횟수가 적어졌고 자연스레 씀씀이도 줄었다. 도시에 있을 때 보다 더 벌진 못하지만 적금은 더 많이 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문화생활을 덜 하게 되니 돈이 덜 들고, 밖에 어디든 나가면 경치 좋고 깨끗한 환경이 있으니 굳이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런 장점들에는 양면성이 있다. 시골은 가끔 공공 서비스 조차 너무 여유롭게(?) 처리해주는 경우가 있고 도시에 살던 사람이 시골에 오면 문화의 양적 질적 하락에 숨이 막힐 정도로 따분해질 때도 있다. 또한 물가가 비교적 낫다는 것은 임금과 부동산이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귀농이나 귀촌을 하려 할 때는 결코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귀농학교 이수했다고 농촌의 모든 것을 알게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거다. 반드시 염두 해 둔 지역에 대해서 깊이 살피고 인맥을 만들어서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결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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